
압구정 재건축이 2026년 5월 한 달 동안 세 번 갈라집니다.
5월 23일 4구역, 5월 25일 3구역, 5월 30일 5구역의 시공사 선정 총회가 차례로 열립니다. (/출처: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9월 27일 2구역이 이미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확정했기 때문에, 5월이 지나면 6개 구역 중 4개의 시공사 윤곽이 한 번에 잡히는 셈입니다.
나머지 1구역과 6구역은 여전히 시공사 선정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격차는 오히려 벌어집니다.
이 글에서는 6개 구역이 어떤 구조로 두 그룹으로 갈라지고 있는지, 그 흐름이 강남 재건축 사이클 안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정리합니다.
압구정 6개 구역 한눈에 보기
압구정 재건축은 1973년부터 1984년 사이에 지어진 미성·신현대·구현대·한양 아파트를 6개 구역으로 나눠 진행하는 사업입니다.
서울시는 압구정동 전체를 특별계획구역 ①에서 ⑥까지로 구분하고, 완료 시점 기준 약 1만 2,000가구 규모의 단일 지구를 만들겠다는 그림을 갖고 있습니다. (/출처: 서울시 보도자료)
6개 구역의 진행 단계는 현재 시점 기준으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 구역 | 포함 단지 | 진행 단계 | 시공사 | 세대 (현재→예정) | 핵심 일정 |
|---|---|---|---|---|---|
| 1구역 | 미성 1·2차 | 추진위 단계 | 미정 | 약 1,200 → 미정 | 동의율 미확보 |
| 2구역 | 신현대 9·11·12차 | 시공사 선정·도급계약 | 현대건설 | 1,924 → 2,571 | 2026.3.30 도급계약 |
| 3구역 | 구현대 1~7·10·13·14차 등 | 정비계획 인가, 시공사 선정 중 | 현대건설(우선협상) | 3,934 → 5,175 | 2026.5.25 총회 |
| 4구역 | 현대 8차, 한양 3·4·6차 | 정비계획 인가, 시공사 선정 중 | 삼성물산(단독) | 1,340 → 1,664 | 2026.5.23 총회 |
| 5구역 | 한양 1·2차 | 정비계획 인가, 시공사 선정 중 | 현대 vs DL 경쟁 | 1,232 → 약 1,400 | 2026.5.30 총회 |
| 6구역 | 한양 5·7·8차 | 정비구역 지정 전 | 미정 | 약 670 → 미정 | 한양 8차 통합 불참 |
2~5구역은 정비계획 인가를 마치고 시공사 선정 단계에 들어선 반면, 1구역과 6구역은 정비계획에 진입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같은 압구정 안에서도 사업 속도가 최소 3~4년 이상 벌어져 있습니다.
표를 보면 6개 구역이 두 덩어리로 깔끔하게 갈라집니다.
2~5구역은 정비구역 지정과 정비계획 인가를 모두 마치고 시공사 선정 단계에 들어선 반면, 1구역과 6구역은 정비계획에 진입하지도 못한 상태입니다.
같은 압구정동 안에서도 사업 속도 격차가 적어도 3~4년 이상 벌어져 있다는 뜻입니다.
6개 구역의 위치와 단지
6개 구역의 단지 구성을 한 번 정리해두면 이후 흐름을 따라가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미성아파트 전체가 1구역에 해당하고, 신현대 9·11·12차가 2구역, 구현대(현대 1~7·10·13·14차)와 대림빌라트가 3구역을 이룹니다.
4구역은 현대 8차와 한양 3·4·6차가 묶인 다소 독특한 구성으로, 다른 구역이 같은 브랜드 단지로만 묶인 것과 대비됩니다. (/출처: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한양 1·2차가 5구역, 한양 5·7·8차가 6구역입니다.

이렇게 같은 ‘현대’와 ‘한양’이 여러 구역으로 쪼개진 데에는 단지별 입주 시점, 평형 구성, 대지지분, 한강과의 거리가 모두 다르다는 배경이 있습니다.
3구역(구현대)이 한강변 핵심 입지에 위치해 면적이 가장 넓고 세대수도 가장 많은 반면, 6구역(한양 동측)은 사업 면적이 좁고 단지 간 이해관계가 가장 엇갈리는 구역입니다.
속도가 빠른 구역들 – 2~5구역
2구역은 6개 구역 중 가장 앞서 있습니다.
2025년 9월 27일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현대건설이 조합원 90%의 찬성으로 가결됐고, 이듬해 3월 30일 공사비 2조 7,489억 원 규모의 공사도급계약이 체결됐습니다. (/출처: 현대건설 보도자료)
3.3㎡당 공사비 1,150만 원, 총 2,571세대 규모로 지하 5층·지상 65층 14개 동을 짓는 사업입니다.
조합원 분담금을 입주 후 최장 4년까지 유예하는 금융 조건과 단지 전 세대 한강 조망 청사진이 압도적 찬성률을 끌어낸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출처: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3구역은 압구정 재건축의 진짜 격전지로 꼽힙니다.
2025년 10월 1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수권분과소위에서 정비계획안이 수정 가결되면서 5,175세대(공공주택 641세대 포함) 규모로 윤곽이 잡혔습니다.
랜드마크 동 2개는 최고 250m·70층, 나머지 주동은 50층 이하로 지어집니다. (/출처: 서울경제)
시공사 입찰에는 현대건설이 두 차례 모두 단독으로 응찰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고, 5월 25일 총회만 남았습니다.
공사비는 약 5조 5,610억 원 규모로, 단일 정비사업으로는 손에 꼽히는 규모입니다.
4구역은 현대 8차와 한양 3·4·6차를 합쳐 지하 5층·지상 67층 9개 동, 1,664세대를 짓는 사업입니다.
삼성물산이 1차 입찰(3월 30일)에 단독으로 응찰하면서 유찰됐고, 5월 26일 마감인 2차 입찰에서도 단독 응찰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출처: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도시정비법상 두 차례 연속 단독 입찰이 발생하면 수의계약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5월 23일 총회에서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확정되는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립니다.
삼성물산은 노먼 포스터(Foster+Partners)와의 설계 협업, 18개 금융기관과의 협업 체계를 앞세웠습니다.
3.3㎡당 1,250만 원 공사비는 2구역(1,150만 원)보다 100만 원 높아, 2026년 들어 한강변 초고층 사업장의 공사비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도 함께 드러납니다.
5구역은 압구정에서 유일하게 시공사 경쟁이 살아 있는 구역입니다.
한양 1·2차 1,232가구를 최고 60층·약 1,400가구로 재건축하는 사업으로, 공사비는 약 1조 5,000억 원 수준입니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 갤러리아’ 단지명과 영국 RSHP의 설계, 전 세대 100% 한강 조망 구조를 내세웠고, DL이앤씨는 ‘압구정 아크로’ 단지명과 함께 필수사업비 금리 가산금리 0%, 한도 없는 조합사업비 책임 조달 등 금융 조건 차별화를 들고나왔습니다. (/출처: 파이낸셜뉴스)
입찰 과정에서 DL이앤씨 관계자가 현대건설의 입찰 서류를 무단 촬영하다 적발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강남구는 “무단 촬영은 부적절한 행위지만 입찰 무효 여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며 최종 판단을 조합에 넘겼고, 5월 30일 총회에서 결과가 갈립니다.
속도가 느린 구역들 – 1구역과 6구역
같은 압구정인데도 1구역과 6구역은 풍경이 다릅니다.
1구역(미성 1·2차)은 2021년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조합 설립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상태입니다.
미성 1차와 미성 2차의 통합 재건축 노선, 단지 중앙 미성상가의 이전 배치 등을 두고 협의가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미성 2차는 1987년 건립으로 압구정 지구 안에서 가장 신축에 가깝고, 한강공원에 단지 앞 전용 통행로가 있는 등 실거주 환경이 양호한 단지라 재건축 동력이 다른 구역보다 약하다는 평가가 따라붙습니다.
6구역(한양 5·7·8차)은 사정이 더 복잡합니다.
2002년 한양 7차만 단독으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상태에서 20년 넘게 통합 작업이 미뤄지고 있습니다. (/출처: 헤럴드경제)
2021년 한양 8차가 통합 재건축 불참을 선언한 이후 5차와 7차만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7차와 5차의 대지지분 차이로 인한 종전가액 산정 이견까지 겹쳐 정비구역 지정 단계에도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한양 8차가 빠진 데에는 단지 구조 자체의 이유가 있습니다.
한양 8차는 한강변에 자리한 1개 동 90가구의 대형 평형 단지로, 전용 210㎡가 2021년 9월 72억 원에 거래된 적이 있고 현재 호가도 80억 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대지지분이 크고 가구 수가 적기 때문에 통합 재건축에 참여할 경우 머릿수 투표에서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사업성이 워낙 좋은 단지이기에 굳이 통합에 참여할 유인이 약하다는 해석입니다.
6구역의 다른 단지 입장에서는 한양 8차가 빠지면서 한강변 동 배치, 기부채납 비율 등에 제약이 생기는 구조라 셈법이 더 복잡해집니다.
진행 속도를 가르는 네 가지 변수
같은 압구정 아파트지구 안에서 구역별 속도가 이렇게 갈리는 데에는 네 가지 변수가 동시에 작동합니다.
| 변수 | 핵심 내용 | 빠른 구역 (2·3·4·5) | 느린 구역 (1·6) |
|---|---|---|---|
| 신속통합기획 | 정비계획~사업시행계획 기간 5년 → 2년 단축 | 참여 | 미참여 |
| 한강변 70층 | 창의·혁신 디자인 제안 시 높이 유연 적용 | 정비계획 반영 (3구역 250m) | 정비계획 미진입 |
| 기부채납 | 한강변 의무 부담률 15% → 10% (실제 15~20%대) | 한강 보행교·공공보행로 등 합의 | 협의 단계 미도달 |
| 토지거래허가구역 | 갭투자 불가, 실거주 매수만 가능 (2027.4.26까지) | 매물 흐름 제한, 사업 진행 | 외부 자금 차단으로 추진 동력 저하 |
네 가지 변수가 모두 빠른 구역에는 가속, 느린 구역에는 제동으로 작동합니다. 신통기획 미참여 → 인허가 정체 → 협의 지연 → 외부 자금 차단이 순차적으로 누적되는 모양새입니다.
가장 큰 변수는 신속통합기획 참여 여부입니다.
2021년 도입된 신통기획은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직접 참여해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통상 5년에서 2년 수준으로 줄여주는 제도입니다.
2023년 4월 신통기획 설명회에서 압구정 2~5구역이 참여를 결정했고, 1구역과 6구역은 빠졌습니다. (/출처: 경향신문)
신통기획은 인허가 지원만 받는 게 아니라 사실상 참여하지 않으면 인허가 진도가 잘 안 나가는 구조라, 미참여 구역은 출발선부터 불리합니다.
한강변 70층 허용은 압구정 사업성을 결정짓는 또 다른 축입니다.
박원순 시장 시절 35층으로 묶여 있던 한강변 주거 건축물 높이가 오세훈 시장 재취임 이후 풀리면서, ‘창의·혁신 디자인’을 제안하는 경우 한강변 단지에서도 70층까지 올릴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출처: 서울경제)
다만 층수가 올라가면 건축비 부담도 함께 늘기 때문에 모든 구역이 70층을 택하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압구정 3구역은 한 차례 심의 보류(2025년 8월) 끝에 랜드마크 동 4개를 2개로 축소하는 식으로 절충했습니다.
기부채납과 공공기여는 ‘얼마나 양보하느냐’의 문제로 종종 사업 속도를 멈춰 세우는 변수가 됩니다.
서울시는 2021년 8월 재건축 정상화 방침에서 한강변 단지의 의무 기부채납 비율을 15%에서 10%로 일괄 완화했습니다. (/출처: 시사저널)
하지만 용적률을 더 받으려면 공공임대주택 등 추가 공공기여가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부담은 15~20%대로 형성됩니다.
3구역은 한강 보행교 신설, 한강공원과 연결되는 보차 혼용 통로 지상 조성, 압구정동 주민센터 이전·신설 등이 기부채납 항목에 포함됐고, 신속통합기획 부담 비용 3,100억 원도 기부채납으로 충당하는 구조입니다.
마지막 변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입니다.
서울시는 2026년 4월 1일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압구정 아파트지구를 포함한 4.6㎢ 규모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1년 추가 연장 의결했고, 지정 기간은 2027년 4월 26일까지 이어집니다. (/출처: 주간한국)
이 규제로 갭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매수자는 무주택자이거나 1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실거주 목적의 매수만 가능합니다.
사업이 잘 굴러가는 2~5구역에서는 매물 흐름을 제한하는 부수 효과 정도지만, 단지 협의 자체가 느린 1·6구역에서는 외부 자금 유입을 차단해 추진 동력을 더 끌어내리는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강남 재건축 사이클 내 압구정의 위치
압구정의 진행 속도를 강남 다른 대장주들과 비교해보면 위치가 분명해집니다.
반포는 이미 한 사이클을 마무리하는 단계입니다.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는 2017년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뒤 ‘디에이치 클래스트’ 5,007세대 단지를 짓고 있고, 2027년 입주를 앞두고 있습니다.
공사비 약 3조 9,319억 원 규모의 현장이 이미 골조 단계에 들어선 셈입니다.
잠실은 압구정과 비슷한 박자로 움직입니다.
잠실주공5단지는 2024년 6월 통합심의를 통과하고 같은 해 12월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해, 압구정 2·3구역보다 사업시행인가 단계 진입이 다소 빠릅니다.
잠실장미 1·2·3차는 2026년 3월 새 조합장을 선출하고 연내 시공사 선정, 내년 사업시행인가를 목표로 잡았습니다. (/출처: 서울경제)
대체로 압구정 3·4·5구역과 비슷한 속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은마는 압구정 1구역·6구역과 가까운 위치에 있습니다.
1999년부터 재건축 논의가 시작된 은마는 27년 만에 2026년 2월 통합심의를 통과했고, 5월 21일 사업시행인가 신청 총회를 엽니다. (/출처: 파이낸셜뉴스)
조합 내부에서는 2028년 착공 가능성을 거론하지만 상가 지분이 400여 개에 달해 향후 조합원 분담금과 일반분양 사업성 변수가 남아 있습니다.
정비구역 지정 단계조차 끝나지 않은 압구정 6구역, 조합 설립 동의율도 확보하지 못한 압구정 1구역은 은마보다 한 박자 뒤처져 있는 상태입니다.
압구정만의 차별점은 규모입니다.
6개 구역 합쳐 약 1만 2,000가구로 재탄생하는 단일 지구 단위 정비사업으로는 가장 큰 축에 듭니다. (/출처: 파이낸셜뉴스)
2026년 5월 한 달 동안 3개 구역의 시공사가 동시에 결정되는 것도 이 규모이기 때문에 가능한 그림입니다.
다만 5월에 결정되는 건 ‘누가 짓느냐’이지 ‘언제 입주하느냐’가 아닙니다.
시공사 선정 이후에도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 이주, 철거, 착공이라는 단계가 차례로 남아 있어, 실제 입주는 2030년대 중후반에서 후반 사이에야 가능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