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 규제가 강해질수록 부모에게 손을 내미는 자녀들이 늘어납니다.
그런데 부모가 자녀에게 큰돈을 보낸 이체 내역을 국세청은 일단 증여로 추정합니다.
증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은 받은 자녀에게 발생하게 되고요.
합법적으로 자금을 옮기는 방법은 크게 2가지입니다.
증여재산 공제 한도 안에서 그대로 증여하는 것, 그리고 차용증을 작성해 빌리는 것입니다.
자주 회자되는 “2억 1,700만원까지 무이자 차용 가능”이라는 말도 이 두 번째 경로에서 나옵니다.
다만 이 숫자는 상한선이지 안전선이 아니라는 점을 먼저 말씀 드립니다.
직계비속 5천만원, 며느리·사위 1천만원
먼저 그냥 증여하는 경로부터 봅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3조에 따르면 거주자가 직계존속(부모·조부모)으로부터 증여받는 경우 10년 합산 5,000만원까지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공제됩니다.
미성년 자녀라면 한도가 2,000만원으로 줄어듭니다.
여기서 자주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시아버지·장인이 며느리·사위에게 직접 증여하는 경우는 직계존속이 아니라 같은 조 제4호의 “3촌 이내의 인척” 구간에 들어갑니다. 한도가 1,000만원으로 떨어지죠.
즉 자녀 본인 5,000만원 + 며느리(또는 사위) 1,000만원 = 6,000만원이 한 부부 단위로 받을 수 있는 일반 공제의 합입니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증여재산 공제가 수증자 기준이라는 사실입니다.
같은 자녀가 아버지에게 5,000만원, 어머니에게 5,000만원을 따로 받는다고 1억원이 되는 게 아닙니다.
직계존속 전체에서 10년간 5,000만원이 천장입니다.
신혼·출산 가구라면 별도 1억원 추가 공제
2024년 1월부터 신설된 제53조의2는 혼인·출산 증여재산 공제 특례를 규정합니다.
거주자가 직계존속으로부터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이내에 증여받으면 1억원이 별도로 공제됩니다.
자녀 출생일 또는 입양신고일로부터 2년 이내 증여받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1억원입니다.
일반 증여공제와는 별개의 공제이기 때문에 5,000만원에 더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두 항(혼인·출산)을 합쳐 받을 수 있는 한도는 합산 1억원입니다.
혼인 때 1억원을 다 받았다면 출산 시점에 다시 1억원을 또 쓰는 구조는 아닙니다.
이 부분에서 오해가 있을까봐 짚습니다.
여기까지 합치면 한 자녀가 결혼·출산 사이클에 맞춰 부모로부터 받을 수 있는 비과세 증여는 일반 5,000만원 + 혼인·출산 특례 1억원 = 1억 5,000만원입니다.
부부 단위로 보면 시·처가 측이 며느리·사위에게 줄 수 있는 1,000만원까지 더해 한 부부가 양가에서 비과세로 받을 수 있는 총액은 1억 6,000만원으로 더 커집니다.
무이자 차용 한도 2억 1,700만원이 나오는 산식
하지만 1억 6,000만원으로는 대출을 추가해도 수도권 아파트 마련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추가로 차용까지 생각하게 됩니다.
핵심 근거는 상증세법 제41조의4(금전 무상대출 등에 따른 이익의 증여)입니다.
무상으로 또는 적정이자율보다 낮게 빌린 경우 그 차액만큼을 증여받은 것으로 봅니다.
법은 두 가지 안전장치를 둡니다.
하나는 적정이자율, 다른 하나는 기준금액입니다.
시행령 제31조의4는 기준금액을 1,000만원으로, 시행규칙 제10조의5는 적정이자율을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43조 제2항의 당좌대출이자율로 위임합니다.
그리고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43조 제2항은 “연간 1,000분의 46”, 즉 연 4.6%라고 못 박고 있습니다.
식은 단순합니다. 차용 원금 × 4.6%로 계산한 가상의 이자가 1,000만원 미만이면 증여로 보지 않습니다.
1,000만원을 4.6%로 나누면 약 2억 1,739만원이 나옵니다.
이를 보수적으로 절삭한 2억 1,700만원이 통상 인용되는 무이자 차용 한도라고 보는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일부 자료는 이 한도를 활용하면 “무조건 무이자 차용이 인정된다”고 설명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적정이자율과 실제이자율의 차이로 인한 이익이 1,000만원 미만일 때 증여세 과세를 면제한다는 뜻입니다.
차용 자체가 인정될 것이냐는 별개의 문제이며, 다음 절차들이 지켜져야 비로소 차입금으로 인정됩니다.
부부 단위로 환산하면 7억 3,400만원이 된다
세 경로를 한 자녀 기준으로 합치면 일반 공제 5,000만원 + 혼인·출산 특례 1억원 + 무이자 차용 2억 1,700만원 = 3억 6,700만원입니다.
부부가 각자 자기 친부모로부터 같은 구조로 받는다면 합계 약 7억 3,400만원이 됩니다.
대출까지 포함한다면 수도권 아파트 한 채를 사기에 부족하지 않은 규모입니다.
다만 정확히 말하면 무이자 차용 부분은 “이자율 4.6%로 계산한 가상의 이자가 1,000만원 미만이면 증여세 과세를 면제”한다는 뜻이지, 차용 자체가 자동으로 인정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7억 3,400만원이라는 숫자에서 증여공제로 처리되는 약 3억원은 비교적 깔끔하지만, 차용 부분 약 4억 3,400만원은 다음 절차들이 지켜져야 비로소 차입금으로 인정됩니다.
즉 4억대 자금의 운명이 차용 절차에 달려 있습니다.
차용증만 쓴다고 차입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국세청은 직계존비속 간 금전거래를 원칙적으로 증여로 추정합니다.
차용임을 입증할 책임은 자녀에게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 매거진과 이코노미조선의 분석에 따르면 다수의 판례는 두 가지를 요구합니다. (/출처: 미레에셋증권 매거진, 이코노미조선)
제3자 간에 통상 작성되는 차용증과 형식·내용이 다르지 않을 것, 그리고 차용증대로 실제 이자 지급과 원금 상환이 이행될 것입니다.
여기서 자주 무너지는 지점이 작성 시점 입증입니다.
차용증은 자금이 이체되는 시점에 작성되어야 하고 그 시점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공증이 가장 확실하고, 비용이 부담되면 우체국 내용증명이 차선입니다.
차용증서 첨부용 인감증명 발급 기록도 시점 입증 자료가 됩니다.
차용증에는 차용일·금액·기간·이자율·원리금 상환방법이 명시되어야 하며, 가장 흔히 누락되는 분할상환 조건을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만기 일시상환·이자 후불 같은 조건은 일반 금융기관 대출과 거리가 있어 차입금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자녀의 상환능력과 사후관리가 진짜 관문
차용증이 갖춰져 있어도 자녀에게 상환능력이 보이지 않으면 차용은 부정될 수 있습니다.
연봉 4,000만원인 자녀가 5억원을 빌렸다고 차용증을 쓰면 사회통념상 가능한 구조인지부터 의심을 받습니다.
본인 생활비를 쓰고도 원금 일부를 매월 갚을 수 있는 정도의 소득이 있어야 인정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국세청은 차용증을 한 번 인정해 주고 끝나지 않습니다.
차용증 내용을 매년 관리하면서 이자 지급과 원금 상환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를 추적하고, 만기에 다시 점검합니다.
약정대로 상환되지 않으면 처음부터 차입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원금 전액에 부과하고 가산세까지 추징합니다.
한 번 차용으로 처리해 놓고 흐지부지 갚지 않으면 오히려 가산세까지 얹어서 더 큰 부담이 돌아옵니다.
실제 판례에서 갈린 두 사례
조세심판원 결정례 두 건이 차용 인정·부정의 경계를 잘 보여줍니다.
첫째 사례는 24세 청구인이 부친에게 부동산을 증여받은 직후 증여세 납부를 위해 부친 계좌에서 7,300만원을 받았는데, 이를 차용금이라고 주장한 사례입니다.
조세심판원은 청구인이 당시 24세로 소득 발생 이력이 없고, 차용·상환을 입증할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금융증빙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7,300만원은 재차증여로 보아 증여세가 부과됐습니다.
자녀의 상환능력과 객관적 증빙 두 축이 모두 무너지면 차용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례입니다.
둘째는 딸이 아파트를 취득한 후 발생한 금융채무 일부를 아버지가 대신 갚아주고, 이후 딸이 금융대출을 받아 그 일부를 아버지에게 변제한 사례입니다.
조세심판원은 차용과 상환이 실제 자금 흐름으로 이루어졌다면 가족 간에 이자 약정이나 차용증서가 없더라도 금전소비대차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했습니다.
다만 결정문은 “쟁점상환금에 대하여 금전무상대여에 따른 이익을 과세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라는 단서를 달아, 무이자 차용 부분은 제41조의4에 따라 별도로 검토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습니다.
두 판례를 종합하면 차용증서의 존재 자체보다 자녀의 상환능력 + 실제 자금 흐름의 객관성이 결정적이라는 점이 드러납니다.
차용증을 잘 갖춰도 자녀가 갚지 못하면 무너지고, 차용증이 다소 미비해도 실제로 갚는 흐름이 객관적으로 증명되면 인정될 여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면 27.5% 원천징수 잊지 말 것
무이자 한도(2억 1,700만원)를 넘어 차용하거나 안전을 위해 일부 이자를 지급하는 경우 별도의 의무가 추가됩니다.
자녀가 부모에게 이자를 지급할 때는 소득세법상 비영업대금 이자소득에 해당해 이자 금액의 27.5%(소득세 25% + 지방소득세 2.5%)를 원천징수해야 합니다.
채무자(자녀)는 매월 원천징수 이행상황 신고를 하고, 다음 해 2월 말까지 이자소득 지급명세서를 국세청에 제출해야 합니다.
이자를 받은 부모도 다른 이자·배당소득과 합산해 연간 2,000만원을 넘으면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이 됩니다.
이런 행정 부담 때문에 현실에서는 무이자 한도 안에서 원금만 분할상환하는 구조가 가장 자주 선택됩니다.
다만 무이자라고 해도 원금이 매월 또는 매분기 줄어드는 흐름이 통장 거래내역에 찍혀야 합니다.
차용증만 써놓고 원금이 그대로라면 국세청은 형식적 차용으로 보고 증여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절세 효과를 위해 점검 필요
자녀 자금 지원은 결국 두 단계로 정리됩니다.
첫째는 증여공제 한도(직계비속 5,000만원, 혼인·출산 특례 1억원, 며느리·사위 1,000만원)를 최대한 활용해 비과세 증여로 처리할 수 있는 범위를 확정하는 것.
둘째는 그 위로 더 필요한 자금은 무이자 차용 2억 1,700만원 한도 안에서 차용증과 원금 분할상환으로 설계하는 것입니다.
두 경로 모두 서류 한 장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증여라면 증여세 신고 의무(증여일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가, 차용이라면 사후관리가 끝까지 따라옵니다.
특히 부동산 취득자금으로 사용된 경우 자금출처조사 대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차용증·이체내역·이자 지급내역·원금 상환내역을 한 묶음으로 보관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결국 합법적인 절세는 한도 계산이 아니라 절차의 정합성에서 결정됩니다.